그들이 1년 내내 할인하는 까닭


커피믹스 시장은 1998년 외환위기 직후부터 본격 성장했다. 그 전에는 동서식품의 맥스웰하우스와 네슬레의 테이스터스초이스라는 인스턴트 커피가 대세였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딛고 일어서는 과정에서 기업들이 인력 구조조정을 하며 사무실에 커피를 탈 일손이 사라지자 커피믹스가 ‘사무실 커피’의 대명사로 자리 잡게 됐다. 그런 커피믹스 시장은 지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동서식품과 네슬레의 독무대였다. 동서식품 ‘맥심’ 80%, 네슬레의 ‘테이스터스 초이스’ 15%란 시장점유율이 흔들리지 않았다.
커피믹스 시장은 지난해 초부터 바뀌었다. 남양유업이 ‘프렌치 카페믹스’란 브랜드로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하면서부터다. 남양유업 측은 “연간 1조원에 이르는 커피믹스 시장에 업체가 두세 곳밖에 없었다. 시장 점유율 10%만 가져가도 연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을 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남양유업은 이미 플라스틱컵과 캔커피 시장 쪽에서는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던 강자였다. 남양유업은 김태희나 강동원 같은 빅모델을 앞세우고 ‘우유를 크리머로 섞은 커피믹스’임을 내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그 결과 시장점유율이 2년 남짓 만에 12%까지 치고 올라갔다.
남양유업이 시장에 안착하자 이번엔 다른 식품업체들이 뛰어들 채비를 차리고 있다. 라면 1위인 농심과 우유업계 선두인 서울우유가 가장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농심 측은 “제품 개발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며 “건강기능을 접목한 커피믹스로 새 시장을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우유는 이미 ‘골든카페모카골드’라는 브랜드를 제품 출시 전 사전 공개했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사내에서 맛을 테스트 중이며 조만간 출시하겠다”고 말했다.
커피전문점들 역시 커피믹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원두 커피믹스’라는 무기를 갖고서다. 전문점 커피에 길들여진 소비자 입맛에 맞춰 ‘고급 커피믹스’를 새로 들고나온 것이다. 원두커피를 길거리 커피에서 사무실 커피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한 커피전문점 관계자는 “길거리 커피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며 “원두커피 맛에 익숙한 고객을 파고들면 사무실 커피시장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커피전문점 중에는 지난해 9월 스타벅스코리아의 ‘비아’를 필두로, 올해는 이디야커피가 아메리카노 오리지널과 마일드라는 두 종류의 원두 커피믹스를 내놨다. 카페베네 역시 ‘마노’로 가세했고 커피전문기업 쟈뎅은 홍삼 등을 가미한 ‘벨류엔 라이프업 커피믹스’ 등을 출시했다. 커피전문점의 원두 커피믹스는 맛은 커피전문점 커피와 비슷하지만 가격은 한 봉에 약 300~400원으로 4000원 안팎인 전문점 커피보다 훨씬 싸다.
동서식품과 같은 기존 커피믹스 업체들 또한 원두 커피믹스를 내놓고 맞불을 지피고 있다. 동서식품은 ‘카누’, 롯데칠성음료는 ‘칸타타 커피믹스’, 남양유업은 ‘루카’를 잇따라 출시했다. 이들은 특히 커피전문점의 커피믹스가 200mL용으로 종이컵에 타 먹으면 맛이 너무 진하다는 점을 파고들며 종이컵에 알맞은 120mL용으로 양을 줄인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이마트 노병간 커피바이어는 “커피믹스 시장의 무한경쟁은 올랐던 가격까지 떨어뜨렸다”며 “가격에서 더 나아가 맛 경쟁까지 벌여야 최종 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장정훈 기자
사진=김도훈 기자




